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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코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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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야기들

  • 부제: 다시, 공간의 기억

    p283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타인과 사랑을 나누는 일은 어찌 보면 과거에 같이 잔 사람들의 습관이나 기억과 충돌하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에는 우리의 성생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키스는 과거에 했던 키스들의 종합형이고, 침실에서 하는 행위에는 과거 거쳤던 침실의 흔적이 넘쳐난다.

    사랑만 그러한 것은 아니리라. 결국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체험하는 것은 과거의 내 경험에 대한 기억과 충돌하며 형성되는 것이다.
    조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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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누가 내일을 말할 수 있는가

    p258

    영어 유치원으로부터 입시학원, 대학 캠퍼스, 고시촌, 심지어는 성형외과에 이르는 공간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원리는 바로 질 좋고 매력적인 노동력 만들기에 있다. 고도 성장이 끝나면서 노동이 무제한적으로 공급되던 시대도 끝이 났다. 그리고 늘어나는 일자리의 시대도 함께 끝났다. 자신의 노동력을 최대한잘 다듬어야 팔 수 있는 시대. (...) 이른바 인적자본 이론에서는 노동력조차도 마치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자본처럼 간주한다. 그 이론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인적 자본의 수익률이 낮아진 시대. 그리고 그 수익률의 불확실성과 위험도 커진 시대에 과연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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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209

    "매미가 왜 매미인 줄 아냐?"
    "..."
    "팔 매, 아름다울 미. 그러니까 아름다움을 파는 사람이란 뜻이거든. 꽤 운치 있는 이름 아니냐?"

    늘 자신만만하던 친구가 들려준 얘기였다. 어느 날 그는 '세느 강변'에서 술을 마셨다. 식용 알코올을 증류한 뒤 첨가물을 섞은 조악한 양주였을 지도 모른다. 그날따라 '매미'는 아이 우유 값이 필요하다며 친구에게 돈을 달라고 졸라댔다. 앳된 대학생 손님이 엉큼하게도 그녀의 가슴을 움켜쥔 순간 문득 뿌연 액체가 흘러나왔고, 그는 그 순간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지폐 몇 장을 던지듯 뿌려놓고 달려 나왔다.
    조소담
    덧글 달기2년 전0
  • P65

    서울의 주거비용이 비싸지면서 주거 공간과 작업 공간이 합쳐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것이 상징하는 것이 고시원이다. 1970년대 구로공단 근처 등지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거주 공간인 '벌집'이라 불리던 쪽방, 그 21세기적 형태가 바로 고시원이다. 실제로 구로디지털단지 오거리의 뒷골목이나 청계천 근처 '마찌고바(영세공장)' 사이, 좁디좁은 골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곳에도 어김없이 '웰빙텔'은 있다. 이제 더 이상 주거 공간은 쾌적한 곳만은 아니다.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근처 나무 그늘 밑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듯, 일터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비좁은 공간은 이미 넓은 의미의 일터 속으로 감겨드는 공간이 된다.
    조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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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59

    최근 런던에 거주하는 이른바 'ENDIES (Employed with No Disposable Income or Saving, 일자리가 있지만 가처분 소득이나 저축이 전혀 없는 계층)'에 관한 보고는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비용이 점점 더 많이 드는 대도시에서 버텨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명목상 여가가 실제로는 어떻게 근근이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소모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체로 연간 소득이 이만 파운드에서 삼만 파운드 사이인 이들이 집세나 교통비, 탁아 비용 등으로 소득 대부분을 쓰느라 상식적인 의미에서의 여가를 전혀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쇼핑도 주로 할인슈퍼마켓에서만, 그것도 특별할인을 하는 저녁 늦은 시각에만 해야 한다. 구매력의 차이는 있겠으나, 서울에서도 가구당 소득이 삼천만 원에서 사천만 원 사이에 있는 계층은 비슷한 처지이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조소담
    덧글 달기2년 전0
  • 부제: 당신의 여가는 얼마짜리인가
    p47

    <인 타임>(In Time,2011)이라는 영화에서 모든 사람은 팔뚝에 새겨진 시간을 돈으로 사용한다. 부자는 남은 시간이 몇 백 년쯤 되는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은 버스 요금을 지불할 만한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아서 죽도록 뛰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장면은 부자들이 모인 곳에 간 주인공이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 신분이 노출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도 이 곳에서는 그렇게 급하게 밥을 먹지 않거든요." 시간의 질에 관한 풍자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조소담
    덧글 달기2년 전0
  • P42
    '공산주의의 이념'이라는 놀라운 제목의 컨퍼런스에 참가하러 온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호텔에 여장으 ㄹ풀자마자 코엑스몰이 어느 쪽인지부터 물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지젝의 글을 좋아하지만, 이렇듯 무시무시한(!) 제목의 컨퍼런스를 버젓이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열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한편에는 소득 분배만 얘기해도 '좌파'로 내몰리는 현실이 공존한다. 이것도 비동시성의 동시성일까. 그보다는 아마도 기득권 세력에게 자기 '밥줄'을 건드리지 않는 급진파를 관용(혹은 방관)하는 태도는 '밥줄'에 대한 사소한 문제제기는 싹조차 짓밟아버리려는 무관용의 태도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조소담
    덧글 달기2년 전0
  •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에서 조(톰행크스 분)의 유명한 대사.

    스타 벅스 같은 데가 왜 있는 줄 알아요? 아무 것도 결정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사면서 적어도 여섯 가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거에요. 여기서는. 크기는 '숏'으로 할까 톨로 할까? 커피는 연하게, 진하게? 디카페인으로 할까?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를 넣어달라고 할까? 이딴 식이죠. 그러니 사람들은 2.95달러를 내고 커피 한 잔을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누군지를 결정하는 거예요. "톨!디카페인!카푸치노!"

    스타벅스는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커피 한 잔을 사면서도 여섯 가지를 결정하도록 만듦으로써 정체성을 규정해주는 곳이다. 조가 말하는정체성은 물론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다.
    조소담
    덧글 달기2년 전0